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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컬럼/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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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루와 이 쑤시개

치루와 이 쑤시개


항문에 생기는 질병을 항문병이라고 하면 될 것을 좀더 처절하고(?) 고질적인 병처럼 보이려고 하는지 흔히 치질이라고들 부른다.


치질(항문병)에는 대표적인 3가지 질환이 있는데, 무슨 살점 같은 것이 항문 밖으로 내미는 병을 치핵이라 하고, 항문이 찢어져서 배변 볼 때 무지하게 아픈 병을 치열이라 하며, 항문주위에 구멍이 나서 고름이 나오는 병을 치루라고 한다. 이 세 가지 치핵, 치열, 치루라고 하는 질환중 특히 치루가 항문병 의사에게는 밤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이궁리 저궁리 하며 고민을 하면서 잠 못 자게 하고, 미사 중에도 분심을 들게하여 특히 성찬의 전례때 머리 속에 나타났다가는 사라지는 상습적인 주범이 된다. 치루라는 병은 대변에 있는 세균이 항문샘으로 침입해서 곪아서 터진 다음 항문 속에서부터 항문 바깥으로 굴을 파놓는 병을 말한다. 치루는 고름이 터져 나오는 병이라 지저분하기 마련이고 수술해도 재발을 잘하고 수술 후 변이 샌다는 말도 있으며, 오래되면 드물지만 치루에서 암이 생길 수도 있는 고약하고 악명 높은 질환이다.


치루의 치료는 수술하는 방법 밖에 없으며, 터널이 짧고 깊지 않으면, 간단하게 수술로 해결되지만 터널이 복잡하고 괄약근을 깊게 통과 해 있으면 수술이 매우 어렵고 복잡하다. 심지어 과거에 못 고치는 어려운 치루는 변이 항문을 통과 하지 못하도록 인공항문을 복부에 만들어 놓기도 하였다. 치루의 수술은 치루의 굴을 철저하게 완전히 제거하지 않으면 재발을 하게 되고, 굴을 완전히 제거하려고 괄약근을 많이 자르면 수술 후 대변을 못 참는 변실금이 생기므로 복잡하고 깊은 치루의 수술은 전문가에게도 가끔씩은 피하고 싶은 고난의 잔(?)이 되기도 한다.


주님, 어려운 길보다는 쉬운 길로만 편하게 가기를 바라는 나약한 저에게 가끔씩 피할 수 없는 잔을 주심을 저는 압니다. 피할수 있는 잔이라면 제게서 거두어 주시고, 피할 수 없는 잔이라면 기꺼이 주님의 뜻대로 받아들이게 하소서. 주님의 뜻이라면 도망가지 않고 악명 높은 치루와 단판의 진검승부(?)를 하게 되는 것이리라. (실제로 칼을 들고 피를 봐야하는 승부이다) 하루는 필자의 진료실에 30대의 젊은 여성이 70대의 할아버지를 모시고 진찰을 받기 위해 찾아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할아버지는 우리 나라의 맨 끝 남쪽 완도라는 섬에서 배를 타고 더 가야하는 노화라는 섬에서 살고 있는데 서울에 사는 막내아들 집에 잠깐 들리려고 왔다가 아들 며느리가 꼭 며칠 집에서 머물다가 가시라고 붙잡으면서 서울 구경 시켜주고 맛있는 음식 해드리고 옷도 사드리면서 효도를 하며 지극 정성으로 모셨는데, 그러던 어느 날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가 시아버지의 옷을 빨래하려고 시아버지의 속옷을 찾아보다가 시아버지의 속옷에 피고름이 범벅이 된 것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되었다.


며느리는 시아버지가 혹시 항문병 이나 직장암 등 배설기관이나 비뇨 생식기에 큰 병이 걸리신 것이 아닐까 하고 걱정이 되어 직장에서 돌아온 남편에게 사실을 얘기하며 의논을 하였다.


효성이 지극한 두 젊은 부부는 내일 당장 병원에 모시고 가기로 의논을 하던 중 그 아들이 벌떡 일어나더니 "맞아" 아버지는 옛날부터 술만 드시고 오면 자식들을 불러놓고 엎드려서 엉덩이를 내밀고는 우리들에게 이쑤시개로 곪은 종기를 찔러서 고름이 터져 나오게 하라고 시키셨는데 그 중에서 내가 제일 무지막지하고 용감하게(?) 찔러서, 아버지한테 칭찬을 받곤 했다는 것이다. 항문에서부터 엉덩이까지 벌집처럼 고름이 잡혀 있었는데 이것 때문에 아버지는 읍에 나가서 목욕탕에 갔다가, 쫓겨난 적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 고질적인 항문이 곪는 병 때문에 늘 술만 드시면 죽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이병 때문에 병원에도 여러 번 갔지만 고름만 째고 소독을 하고는 이병은 완치가 안되니까 곪을 때만 병원에 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버지는 비단 금침에서 걱정 없이 한번 자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늘 얘기하곤 했다는 것이다. 얘기를 끝낸 아들은 서울에 오신 김에 용하다는 병원을 찾아가서 아버지의 병이 뭔지나 알아보고, 고칠 수만 있다면 고쳐 드리자고 하면서 아마도 이제는 암으로 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하며 "불쌍한 아버지"를 외치며 슬피 우는 것이었다. 드디어 다음날 아침 아들과 며느리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필자의 병원에 나타났다. 진찰을 해 보니 치루와 함께 엉덩이의 땀샘에 염증이 생기는 화농성 한선염이 같이 동반되어 있어 항문과 엉덩이는 물론 사타구니까지 달 표면의 분화구처럼 되어 있었고 분화구에서는 고름과 피가 섞여 나오고 있었다.


수술을 하기로 결정하고 다음날 아침 필자는 칼을 세우고 무장한 뒤 비장한 마음으로 수술 방에서 환자의 일생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던 그 지독한 치루와 피할 수 없는 한판의 혈투를 시작하였다.


이 환자의 치루는 과연 대단하여 한칼에 수박 한가운데를 쪼개듯이 항문 중앙을 가르고 들어가 염증 조직을 수박 속 파내듯이 긁어내서 파내고, 파낸 후 빈 공간에는 괄약근과 대둔근(엉덩이살)을 이식하는 수술(근충전술)을 시행하였다.


수술 후 일주일 후부터는 환자 스스로 엉덩이를 매일 욕탕에 담그고 상처를 씻어내고 문지르는 일을 시작하였는데 며느리까지 도와준다고 하니 이제는 며느리에 대한 체면이고 뭐고 포기하였지만 그래도 너무도 행복해 하고 좋아하였다. 늙은 시아버지를 홀딱 벗겨서 욕탕에 넣고 목욕시켜주는 며느리의 모습은 치루가 만들어준(?)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주님이 보시기에 참 좋으셨으리라. 주님, 저에게 악명높은 치루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끝장을 볼 수 있도록 용기와 끈기를 주심에 감사하나이다. 매일 항문속에 코를 박고 개미굴 같은 동굴 속의 썩은 조직을 파내며 눈이 침침해져 올 때도 있지만 그 못된 개미굴 치루를 긁어내고 잘라낼 때의 쾌감은 어디에서부터 솟아오르는 기쁨인지요?


항상 항문병과 혈투를 하는데 열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심에 감사드리오며, 저의 힘이 다 할 때까지 최선을 다하여 치루 뿌리를 파내는 주님의 칼잡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항 외과 원장 임석원 토마스 아퀴나스


 **목5동 성당 해나리에 실렸던 6번째 글입니다.

  • 작성일
  •   :  200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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